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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인간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다.

by intima 2025. 4. 25.

저작권으로 인해 대체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2016년 개봉하여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단순한 좀비 액션물을 넘어 인간의 본성과 생존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아낸 이 작품은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

'부산행'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KTX 열차 안에서 갑작스러운 좀비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석우(공유)는 바쁜 일 때문에 딸 수안(김수안)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펀드매니저입니다. 생일 선물로 부산에 사는 엄마(전혜진)에게 딸을 데려다 주기 위해 열차에 오른 그들은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에 직면합니다.

영화는 폐쇄된 공간인 열차라는 특수한 세팅 안에서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위기 상황에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과 자신을 희생하며 타인을 돕는 사람들의 대비가 두드러집니다. 특히 사업가 용석(김의성)과 같은 캐릭터는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다른 승객들을 희생시키는 극단적 이기주의를 보여주며, 이는 재난 상황에서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영화평론가 정용철은 "[부산행]은 재난 영화의 형식을 빌려 한국 사회의 집단 이기주의와 계급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다"라고 평한 바 있습니다(출처: 씨네21, 2016년 7월호).

 

가족의 의미와 희생에 대한 깊은 성찰

'부산행'의 가장 큰 주제 중 하나는 가족의 의미와 부성애입니다. 석우의 캐릭터는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큰 변화를 겪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며 딸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딸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아버지로 변모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석우가 딸 수안과 임산부 성경(정유미)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마지막 시퀀스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감정적 호소를 넘어, 인간의 궁극적인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은 극한 상황에서 이기적인 생존 본능에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보다 더 큰 가치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존재인가?"

연상호 감독은 서울대학교 인문학 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재난 상황에서 개인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희생의 의미를 탐구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출처: 인문학 연구 저널, 2017년 봄호).

 

한국 사회에 대한 은유와 비판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라는 설정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은유적으로 비판합니다. 열차 내부의 공간 분리는 한국 사회의 계급 구조를 상징하며, 비상 상황에서 드러나는 관료주의적 태도와 의사결정 과정은 사회 시스템의 취약점을 드러냅니다.

영화에서 기차 내 다양한 객실은 각기 다른 사회적 지위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공간적 구분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며, 생존을 위한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로 이어집니다. 좀비가 된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모습은 마치 경쟁적인 사회에서 타인을 밟고 올라서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영화적 연출과 기술적 완성도

'부산행'의 또 다른 성취는 뛰어난 영화적 연출과 기술적 완성도에 있습니다. 좁은 열차 공간을 활용한 긴장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와 좀비의 생생한 묘사는 한국 영화의 기술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열차 내부에서 벌어지는 추격 장면들은 제한된 공간을 활용한 연출의 묘미를 보여줍니다. 카메라는 좁은 복도와 객실을 따라 유연하게 이동하며 긴박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또한 좀비들의 집단행동 방식과 그들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특수효과 팀의 노력도 돋보입니다.

어느 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역동적인 좀비들의 움직임과 연출은 기존 좀비물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캐릭터의 복합성과 인간적 깊이

'부산행'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단순한 좀비물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캐릭터들을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석우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야구팀 선수 영국(최우식)과 그의 연인 진희(소희), 임산부 성경과 그의 남편 상화(마동석), 철도원 길(정석용) 등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과 내적 갈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마동석이 연기한 상화 캐릭터는 단순한 힘의 상징을 넘어 아내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지키기 위한 헌신적인 남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극 중 변화하는 석우의 모습은 사회적 성공과 진정한 인간적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줍니다.

 

장르영화의 한계를 넘어선 사회적 메시지

'부산행'은 좀비라는 대중적 장르를 활용하면서도 인간의 본성, 가족의 의미,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주제를 성공적으로 담아냈습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에서 수안과 성경이 안전한 곳에 도착하는 장면은 모든 재난과 위기 속에서도 희망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연상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우리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합니다. 좀비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 계급 갈등 등을 상징하며, 이러한 '사회적 바이러스'에 맞서는 인간의 연대와 희생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부산행'은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장르영화가 어떻게 사회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영화를 단순히 오락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와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임지 평론가 스티븐 달드리의 평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부산행은 아시아 좀비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사회적 메시지와 장르적 쾌감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수작"

(출처: Time Magazine, 2016년 8월호).